나도 한번 써보는 한 해(에 여태까지 못 적어 놓은 인생 한방에) 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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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까진 회고라는 건 해본 적이 없다 (애초에 작년까지만 해도 글 자체가 뭔가 큰 파급력이 있다는 사실을 잘 몰랐다). 글 자체를 다루기에 앞서, 어떻게 보면 "회고를 쓰고 싶다. 나도 써보고 싶다."고 생각한 계기 자체가 멋진 글들을 읽으면서였던 것 같다.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좋은 글들, 개발자님들은 페이지가 모자랄 정도로 정말 많지만, "이번 연도 회고는 반드시 써본다"하는 다짐이 들게 만들었던 글들은 이동욱 님의 2019년 상반기 회고 글이나, 한정수 님의 체대 출신 개발자의 2018년 회고 였던 것 같다. 뭔가 많고 많은 글들 사이에서 특별한 맛이 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글 자체의 멋이 팬심 같은걸 만든달까... 이런 글을 쓰신 분들엔 "기술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보다 먼저 "저분들의 마인드 자체를 배워서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빠르고 바른길을 찾는 나는, 그래서 다 읽고 다 배우고 싶다.)

지금 생각해보니 조금 대단한 발상인데, 대학을 다닐 때는 돈을 내고 다니기 때문에 좀 하고 싶은 대로 하자고 생각했다. 긴장 같은 거, 양심 같은 건 계획에 없었다. 교양은 최소만 맞추고 내가 하고 싶은 공부만 했다. 아침잠이 많은 나는 아는 주제라고 생각하면 수업을 나가지 않거나(지금 생각해보면 건방지게;;), 늘 새벽 2~3시쯤 가장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던 나는, 밤샘에 피곤하면 자주 교수님 목소리를 자장가 삼아 모자란 잠을 채우기도 했다(왜 그랬지...).
2018년에 가을에 대학원을 졸업했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을 모른다"고, 처음 취업 준비를 할 땐 "이 넓은 땅에 내가 발 디딜 틈은 있겠지"가 전략이었다(...?!). 막상 준비하며 생각해보니, 전문연이라는 카드와 코스모스 졸업이라는 카드 두 장을 이미 들고 있던 나는 리스크가 4배는 됐던 거였다. (남들보다 4배는 더 준비했어야 했다) 따라서, 가져올 수 있는 카드(회사)도 얼마 없고, 초라해 보이는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회사를 찾는데 꽤 걱정했지만, 운이 좋았는지 나빴는지 2018년 10월에 바로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 취업했다.
회사에 취직하곤 돈을 받고 다니는 입장은, 관심 없는 주제나 언어를 공부해서 배워야 할 때가 있었고, 재밌는 주제나 잘하는 언어들을 쓰면 안 될 때가 있다. 전날 회식에 깨질 것 같은 머리에도 알람이 울리면 일어나야 했다. 이 두 환경의 차이에 적응하는데 꽤 고생했던 것 같다.
작년까지는 "코딩" 자체는 즐거웠지만, 성장에 대한 욕심은 크게 가진 적 없었다. 학교에 있을 때는 "교수님"과 "선배님", "수업"과 "책"이라는 오브젝트에서 필요한 건 대부분 배울 수 있었고, "궁금한 무엇" 보단 "누군가 알려주는 것"을 공부했기 때문에 검색 자체도 부분적이거나, 모르는 지식 위주로 해결했다. 심지어 이때의 "만드는 것" 즉, 보고 따라치는 것 수준의 학습 습득력이 남들보다 빨라서 "난 개발을 잘한다"고 착각했다.
대학원 때 조차 "세상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보단, "새롭고 짜릿한 것, 처음 들어보는 기술"에만 집중했기 때문에, 동향은 전혀 모른 채 커뮤니티나 소통보단 기술 다큐먼트나 논문들 자체에, 혹은 내 졸업 주제와 관련된 것들에만 관심이 있었다.
지금 가진 "지식에 대한 갈망"이나 "성장의 욕심"의 계기 자체는 잘 기억 안 나지만, 시야가 달라지기 시작한 건 왠지 취직하면서 사회라는 무서운 곳에 발가락 한 개쯤을 걸쳤을 때부터 같다. 애초에 첫 직장에서의 첫 미션 자체가 "내가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언어"를 가지고 "처음 보는 것"을 만드는 것이었고, "다 나보다 잘하는 것 같은 상황"에서 + "시간적 여유가 존재하지 않는 환경"에서. 난 뭐부터 배워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빨리 배우는지, 다른 사람들은 무엇을 & 어떻게 배우고 있는지, 동향은 무엇인지 계속 관심이 생겼다.
우물 밖의, "처음 보는 것"과 "모르는 것"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한없이 작은 "나"였기에, 이때쯤부터 "여기도 내가 다 가지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